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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은 방울방울

극장판>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때늦은 후기와 OST (감동 스포 및 TMI)

애니보단 만화로 느꼈던 감동이 좋다고 생각했다.

 

때문에, 개봉한 지 거의 한 달이 다 되어서야 보게 됐지만,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재미와 감동 향수의 물결이다.

 

 

송태섭의 서사로 시작되는데,

만화책을 읽은지 오래되어서 내가 내용을 좀 잊은 줄 알고 반성 아닌 반성을 했다.

나중에 인터뷰글을 찾아보니 반성문은 안써도 되겠구나 싶어 마음이 놓인다.

슬램덩크 연재당시 송태섭의 스토리가 부족했었고,

포인트 가드의 시선으로 이 경기와 이 한편의 영화를 그리고 싶었다고 한다.

역시 역시 더 좋더라.

 

어릴적부터 만화를 좋아했고, 이노우에 다케히코 작가 그림 자체를 좋아하기도 한다.

슬램덩크는 지금껏 틈날 때마다 한 권씩 모으고 있는 만화책 중 하나이기도 하다.

 

 

슬램덩크는 추억 한조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장에 개봉한다는 소식을 듣고도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색감이든 더빙이든, 무언가가 입혀져 있는 것보다 만화책이 최고일 거라 생각했다.

예전에 방영했던 슬램덩크 TV판을 잠깐 봤는데,

전체적으로 맘에 안 들었다 ㅜㅜ (개인취향이라 해두자)

그때 받았던 느낌 때문에 선입견이 생겼으리라. 

그래서 극장판도 환상을 깨어버릴 것 같은 두려움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예고편이라도 미리 찾아봤다면,

감독이 이노우에 다케히코였다는 걸 알았다면 당장 봐야겠다 생각했을 텐데,

이제라도 보게 돼서 다행이다.

 

하루를 길게 써 볼 겸, 부지런을 떨어보자며 나홀로 조조영화를 보기로 했다.

 

9시로 예매를 해두고 일찍 잠자리에 누웠지만 올빼미족으로 하루이틀 사는 것도 아니고,

잠이 안 와서 뒤척이다가 새벽 1시에나 잠이 들었다.

못 일어날 경우를 대비해 알람을 3개나 더 맞춰뒀다.

3번째 알람에 겨우 일어났다.

 

극장이 집 앞 10분 거리라 적당히 옷만 싸매고 나가면 충분한 시간이었다.

극장까지 걸어오는 내내 팝콘을 먹을지 말지에 대해서 계속 고민했다.

사실 어젯밤부터 고민했다.

 

혼자서 먹기는 양이 많을 것 같은데,

아침부터 고칼로리의 기름진 걸 먹어서 좋을게 뭔가,

극장에서 팝콘은 오랜만인데 이때 아니면 언제 또,

 

상념에 사로잡힌 채 엘베에 몸을 실었더니 10층까지 곧장이다.

상영관 옆 스낵코너 테이블에 한 아저씨가 콤보세트를 홀로 먹는 장면을 목격했다

 

'나도 용기 한번 내봐?'

 

 

 

결국은

그냥 극장 안으로 들어왔다.

집에서 내려온 커피를 홀짝거리며 관람에 최적화된 자세를 찾기 위해 몸을 요리조리 들썩였다.

 

자리는 맨뒤 정가운데쯤으로 잡았다.

어릴 때 자주 앉던 자리다.

그 시절 극장에 가면 항상 맨뒤에 자리 잡았다.

사람은 웬만하면 없는 걸 좋아했다.

사람 없는 극장 맨 뒤에 앉아서 앞좌석에 발을 올린 채 친구랑 영화관을 전세 낸 듯 보곤 했었다.

(펑크락커처럼 살고 싶던 시절이었다.)

 

오늘 뭔가 향수를 즐기러 온 사람 같다.

어릴 적 기억을 새록새록 더듬어가며 하나씩 따라 해본다.

이른 아침이라 관람객은 8명 정도였고 나보다는 모두들 3-4줄 앞에 앉아있었다.

반전세 낸 기분까지는 든다.

어릴 때처럼 발을 올리는 않았다.

 

불이 꺼지고 영화가 시작된다.

오프닝곡과 함께 스케치가 시작되면서 캐릭터들이 하나씩 완성된다.

오프닝곡부터가 인상적이다. 삐뚤어지고 싶게 만드는 노래다.

 

오프닝에 나온 노래는 The birthday의  LOVE ROCKETS 

베이스의 둥둥거리는 소리가 나대는 심장과 함께 둥둥거린다.

 

극 중에 나오는 두곡이 꽤 인상적이다.

 

나머지 한곡은 10-FEET의 第ゼロ感(제로감)

 

두곡 다 한번 들었는데도 몸에서 좋다는 신호가 온다. 리듬감이 너무 좋았다. 

음악이 궁금한 분들을 위해 맨 아래 링크 걸어두겠다.

이 두 밴드에 대해서 좀 더 알아보고 싶은 호기심이 생긴다.

 

나는 자막판으로 보았다.

자막판 목소리가 궁금했다.

더빙은 뭔가 한번 더 정제된 것 같아 날것의 느낌으로 보고 싶었다.

(TV판이 생각날 것도 같고 해서.)

자막이든 더빙이든 목소리가 입혀진 걸 듣는 건 거의 처음에 가까운지라,

 

궁금했다.

 

자막판 목소리는 다 좋았다.

흐름을 끊기지 않게 하는 톤이다.

 

파스텔적인 색감도 좋다. 

농구공 튕기는 소리가 베이스로 울리는 게 너무 리얼하다.

캐릭터들의 움직임도 너무 자연스럽다.

점점 빠져든다.

눈물도 찔끔난다.

 

 

나는 이노우에 다케히코의 코믹한 그림을 꽤 좋아하는데, 

극장판은 그런 게 많이 없는 게 좀 아쉬웠지만, 그래서 만화책의 매력은 따로 있는 것 같다.

 

극장판을 다 보고 나서 이노우에 다케히코의 인터뷰를 찾아 읽었다.

내가 애니며 극장판이며 주저했던 이유들에 대해서

작가도 이미 오랜 고민을 했던 부분이라는 걸 알았다.

목소리톤이며, 코믹적인 요소들에 대해서 모두 

감독까지 직접 맡아가며 들인 공이 역시 허사가 아니었다.

 

제작을 결정한 것이 2014년이라 한다.

정말 심혈을 기울였구나 하는 생각과 동시에 드는 생각은,

'아, 혹시 다케히코의 다른 작품들이 휴재였던 이유가 이 제작 때문도 있는 것 아닐까?' 기대했다.

이런 뜬금포적인 생각은 그의 작품 중에 배가본드도 매우 좋아하여

이 책 역시 틈틈이 모으고 있는데,

아직 완결이 나지 않아 기다리고 있는 중이기 때문이다. (98년~ )

현재 37권까지 나온 상태. (2014년)

 

배가본드는 일본의 미야모토 무사시라는 실존인물에 대한 소설을 원작으로 한 만화인데,

한 줄 설명은 검술사가 재야의 고수들과 대결하는 이야기이다.

마냥 그런 내용만으로 재미있다고 한건 아니고, 나오는 캐릭터들의 서사가 와닿는 부분이 있다.

그리고 그림이 너무 예술임.

다케조로 나오는 주인공은 여러 고수들과 대결을 해가다가,

37권쯤에서 농사를 짓기 시작한다. 

갖가지 경험을 다 겪고 난 후 수양의 단계에 들어간 느낌. 

 

몇 년 후 '인피니티 워'를 보면서 마지막 쿠키영상에서

타노스가 밀짚모자 쓰고 앉아있는 장면이 나온다.

나는 여기서 배가본드의 37권이 떠올랐다는 안물안궁의 TMI.

 

2004년에는 친구와 간 일본여행에서 

슬램덩크의 배경으로 나오는 가마쿠라의 에노시마 해수욕장도 다녀왔었는데,

복구 중인 싸이월드에 들어갔더니 사진이 남아있다.

어찌나 반가운지.

에노시마역에 있던 비둘기들은 아직 남아있으려나?

추억여행김에 몇 장 첨부해 본다. 

 

에노시마역 비둘기

 

일본 에노시마역
2004년도 에노시마역 앞 비둘기

 

 

 

마지막으로

위에서 말한 더 퍼스트 슬램덩크 OST 두곡의 원곡자 링크영상을 찾아 올린다.

 

 

1. The birthday의  LOVE ROCKETS 

https://youtu.be/EEWVJ4RZ4Xg

The birthday의  LOVE ROCKETS 

 

 

2. 10-FEET의 第ゼロ感(제로감)

https://youtu.be/v6ddeotX7K0

 10-FEET의 第ゼロ感(제로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