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필깎이를 산 지 1년은 조금 못 된 것 같다.
엄니를 모시고 병원검진을 다녀오는 길이었다.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치지 못하듯, 우리는 병원 검진으로 힘들었던 보상을 받아내기 위해
신촌 현대백화점지하에 있는 유플렉스 한 바퀴 돌았더랬다.
아이쇼핑으로만 마무리 짓고 신촌역으로 향하는 통로 끝을 지나갈 때쯤 이 연필깎이를 발견했다.
- 지금은 이곳에서 판매하는지는 모르겠다.
- 기억에 의존하자면 가판에서 구매했던 걸로 기억한다.
이 잉크병 연필깎이와 진마요(영어로 적힌)를 구매했다
(진마요에 관한 포스팅은 언젠가 때가 되면 해보겠다.)
그냥 이쁘고 적당한 지름신이 허용되는 가격 중에 골랐다.
그렇게 모시고 온 이 연필깎이는 필자의 책상 위에서 원래의 용도로 쓰이지 못한 채,
오브제로서의 역할만 하고 있었다. 가끔 위에 몽당연필을 꽂아놓기도 하고,
최근 필기류에 심취해 계신 엄니는 작은 사이즈의 자동연필깎이를 사고 싶다며,
괜찮은 상품을 찾으면 보여달라고 필자에게 주문을 넣었다.
필자는 그 즉시 자동연필깎이를 검색하며 몇 가지 상품을 권해보았으나,
번번이 퇴짜를 맞았다.
그러던 와중 클래식해 보이는 한 사이트를 발견했고, 거기서 필자가 사둔 연필깎이를 발견한 것이 아닌가.
그 사이트에는 필자의 연필깎이 모델 외에도 DUX라는 회사에서 나온 몇 가지 연필깎이들이 소개되어 있었다.
전체적으로 깔끔해 보이는 디자인들이었고, 견고해 보였다.
(견고하다는 말을 써놓고 보니 저번 글부터 견고한 것 디게 좋아하는 사람 같아 보인다;)
그 사이트는 상품과 함께 DUX라는 회사에 대한 소개도 같이 첨부되어 있었다.
DUX라는 회사가 얼마나 오래된 회사인지,
얼마나 전통 있는 회사인지,
얼마나 연필깎이에 대해 진심인지 알 것 같았다.
엄니에게 필자가 산 연필깎이 회사에 대해 설명을 해주며 굳이 자동을 사야겠냐고,
연필 깎는 즐거움을 느껴보는 게 어떠냐며 의견을 정중히 물었다.
엄니는 알겠다며 마음에 드는 상품을 찾기 전까지 필자의 연필깎이를 써보겠다 하였다.
다음날 당장 엄니집으로 고이 모셔가 시범을 빙자한 첫 개시를 필자가 하였다.
어릴 때 쓰던 연필깎이와는 조금 깎이는 느낌이 다르다.
뭔가 끊어질 듯 끊어질 듯 계속 깎인다.
계속 깎이니 멈출 수 없어 계속 돌려 깎기를 해댔다.
영상을 한번 찍어보려고 엄니에게 촬영을 부탁하고 돌렸는데 돌려지는 대로 계속 깎았다.
나중에 촬영분을 확인해 보니 48초 동안 깎아댔다.
이쯤이면 다 깎이고도 남았을 텐데 싶어 정신을 차리고 겨우 빠져나온 게 그 정도이다.
연필심을 보니 끝이 아주아주 날렵하다.
기존에 알고 있던 연필깎이들로 깎은 날렵함과는 뭔가 느낌이 다르다.
뭐랄까.
종이에 자대고 줄 그은 듯 기계적으로 뾰족하게 다듬어진 느낌이 아니라,
손으로 줄을 그은 느낌이 나지만 기울어지거나 흔들림은 없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뾰족함의 느낌을 보여줄 요량으로 몇 컷의 사진을 찍긴 했으나, 초점이 그리 맞지는 않는 듯하다.
연필 깎는 동영상본도 같이 첨부한다. 48초의 풀영상은 편집했으니 안심하셔도 좋다,
두 가지의 연필로 깎아보았기 때문에 각각 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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