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8월 29일 왼쪽눈에 출혈이 생겨 망막수술을 받았다.
17년도에 오른쪽 눈을 먼저 수술받았고, 약 5년 만이었다.
처음 수술을 받던 17년에도 긴장되긴 했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라 오히려 나았는지도 모르겠다.
이번 수술 때는 더욱 긴장이 되어서 며칠 전부터 머릿속으로 몇 번이나 수술과정을 시뮬레이션으로 돌렸는지 모른다.
첫 수술의 기억 때문이다.
수술 전, 간호사가 수술내용에 대해 너무 자세히 설명해 주는 바람에 트라우마처럼 그 상황들이 각인되어 버렸기에.
더욱이나 부분마취를 하고 하는 수술이라, 1시간 이상 눈을 뜬 채로 수술상황을 직접 보고 있는 심정을 글로 전달하기는 어려울 거 같다.
통증자체는 크지 않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한 불안감이 긴장될 뿐.
굳건한 마음가짐만 있으면 된다.
그래도 기술이 5년이란 시간 동안 많이 발달한 것 같았다.
첫 수술 때랑 자꾸 비교할 수밖에 없는데,
그때는 수술 후 눈에 있는 실밥 때문에 다음날 눈뜨기가 좀 고통스러웠다.
그런데 이번 수술 때에는 따로 꿰매는 것 없이 공기로 채워 넣어서 자연스럽게 아물 수 있도록 방법이 바뀌었다고 했다.
그래서 다음날 아침 첫 수술 때처럼 시야는 여전히 바로 볼 수 있진 않았지만 (공기가 빠지면서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통증이 없어서 꽤 수월했다.
17년도의 수술과정에서 내가 제일 힘들었던 순간은 눈동자를 움직이지 않고 있는 것이었다.
이번 수술 때에도 그 부분이 제일 걱정이었다.
무슨 말인가 하면,
수술은 부분마취로 하지만 눈동자까지 고정되는 건 아니었다.
외부에서 눈꺼풀이 감기지 않게 고정은 해두지만, 눈동자는 고정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래서 내가 시선을 오른쪽으로 본다던지 위로 본다던지 하면 눈동자가 당연히 움직이게 되는데,
이게 무엇이 문제가 되느냐 하면,
눈 수술 동안에는 안구 3군데에 구멍을 뚫어서 한쪽으로는 출혈된 혈액을 빨아들이고,
한쪽으로는 안구가 꺼지는 걸 막기 위해 계속적으로 공기를 보충한다.
출혈로 혼탁해진 유리체를 들어내고 또 다른 물질로 보충을 한다.
(어떤 것을 넣을지는 안구상태에 따라 달라지는 듯하다.)
이 모든 것을 3군데의 구멍으로 행해지는데,
그러한 상황 때문에 수술이 시작되고 나면 눈동자를 움직이면 안되었다.
그러한 움직임들이 수술에 영향을 주기 때문일 것이다.
17년도에서 했던 수술에서 나는 나도 모르게 눈동자를 움직인 적이 있다.
수술 후반으로 갈수록 내 집중력이 떨어진 것인지 뭣인지 이유는 모르겠다.
내 추측으로는 눈앞에서 계속 회오리치며 빨아내는 흡인기가 이쪽저쪽으로 움직임을 보이는데, 나도 모르게 그 움직임을 본능적으로 따라가며 본 것 같다.
그건 그 당시에 깨달은 사항은 아니었고, 그 수술 이후로 계속 고민하다가 알아낸 사실이다.
그 당시에는 의사 선생님이 움직이지 말라고 하는데, 어떻게 하면 움직이지 않는 건지 방법을 몰라 멘붕이 올 지경이었다.
한번 이야기했는데도 내가 계속적인 움직임을 보였는지, 의사 선생님은 따끔하게 혼내듯 다시 움직이지 말라고 하니 어찌할 바를 몰라 마음속으로는 미칠 지경이었다.
그리고 그 후에 나는 그 움직임이 무엇인지를, 어떻게 하면 그 움직임을 멈출 수 있을지를 고민했었다.
내가 시선을 따라가지 않으려 노력해도 주변시야로는 계속 그 움직임을 따라가게 된다는 것을 안과검진마다 망막검사를 하는 기기 앞에서 깨닫게 되었다.
눈 한쪽씩 검사를 시작하는데 가운데 점을 응시하라는 설명을 듣고 가운데 불빛을 보고 있지만
그 불빛을 보고 있는 가운데 또 다른 불빛이 맨 위에서부터 맨 아래쪽까지 깜빡거리며 내 눈을 스캔한다.
1-2초 만에 끝나는 검사가 아니라 검사 후반부로 갈수록 나는 그 또 다른 불빛을 따라가기도 하고,
어쩔 때는 검사 중이지 않은 다른 쪽 눈으로 검안사의 움직임에 시선이 따라기기도 한다.
검사중이지 않은 다른쪽 눈이 주변 환경을 다 볼 수밖에 없도록 검사하는 눈앞에만 살짝 가려지는 기계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그래서 나는 시선고정이 정 안될 때면, 내가 내 스스로 검사 중이지 않은 다른 편 눈을 손바닥으로 가려버린다.
그러면 조금은 수월해진다.
시선고정에 대한 내용 때문에 이야기가 옆으로 조금 샌 것 같은데
다시 돌아가자면,
그동안 내가 고민한 걸 바탕으로 수술동안에 시선을 고정시키는 방법을 생각해 보았고,
이번 수술에서 그 방법이 통했는지, 의사에게 움직이지 말라는 소리는 듣지 않았다. (같은 선생님이었음)
하지만 내가 수술을 기다리며 마취상태로 누워있는 동안 내 앞차례의 환자에게 의사가 움직이지 말라는 소리를 몇 번에 걸쳐서 하는 걸 듣는 바람에 그때부터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역시 트라우마인가..)
내가 생각해 낸 방법은,
눈을 초점 없이 뜨고 있는 것,
흡인기가 내 초점을 잡으려고 내 눈앞에서 알짱대면, 다시 더 초점을 흐리게 주먹을 꼭 쥐던지, 손톱으로 손가락을 꼭 눌러가며,
집중을 다른 쪽으로 보내는 것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다른 예를 들어보겠다.
예전 어릴 적에 '매직아이'라는 책이 유행하던 시절이 있었다.
부모님께서는 그 책을 사주었고, 나는 신나서 그 책을 보려고 펼쳤지만, 며칠 동안 볼 수가 없었다.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후기로는 뭔가가 튀어나오듯 보인다는데 나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요리조리 각도를 바꿔보아도 말이다.
그래서 어느 날도 평소처럼 이쪽저쪽 바꿔가며, 돌려가며, 책을 바라보다가 지쳐버렸다.
피곤하고 지쳐서 책 보기를 포기하고 펼쳐놓은 상태로 소위 요즘말로 멍을 때렸다.
초점 없이 멍한 상태로 방향만 책 쪽으로 응시하고 있었는데, 그 순간 뭔가가 책바깥으로 튀어나왔다.
순간 잠깐 놀라우면서도 기뻤다.
누군가에게 이 책을 보는 방법을 말로 어떻게 설명해줘야 하나 하는 고민을 그때도 숱하게 한 것 같다.
한번 보게 되었다고 다음번에 바로 뚝딱 쉽사리 봐지지는 않았다.
몇 번의 시도 끝에 발견한 방법은
손가락 하나를 꼽아 든다.
집게손가락이 적당할 듯하다.
그 집게손가락 하나를 눈과 눈 사이에 갖다 댄다.
그리고 양 눈은 그 손가락으로 향하게 만든다. 그러면 처음에는 양쪽눈이 몰리는 듯하지만 그 상태로 손가락을 점점 멀리 떼면서 초점을 흐린다 그 상태에서 책을 갖다 대면 볼 수 있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망막수술에 필요한 초점상태도 바로 이 상태이다.
-초점을 흐리는 것.
-그리고 그 상태를 유지하는 것.
-마음이 힘들다면 숫자를 세어도 좋다. (100 이상을 넘겨서 힘들게 세지 말고 적당히 세다가 다시 1로 돌아가서 세는 게 좋다 그러면 다시 시작하는 기분이고, 숫자가 너무 많아지면 시간이 오래 지난 것 같아 더 힘드니 말이다.)
-주변 의료진의 말소리에 귀 기울이지 말 것. (나에게 하는 말이 아닌 서로 수술 중에 나누는 대화들)
-수술만 끝내면, 회복 기간은 꽤 걸리지만 통증은 없어서 떡진 머리만 잘 참으면 된다.
-수술 후 넣어야 되는 약 종류는 3-4가지 정도 된다. (눈상태에 따라 다름)
그것만 알람 맞춰서 잘 넣으면 더 힘든 건 없다.
눈의 상태에 따라 앞서 말한 대로 넣는 물질이 달라진다고 하는데, 상태가 많이 안좋으면 오일주입을 한다고 한다.
내가 알기로는 그 수술은 나중에 망막이 정착되고 나면 그 오일을 빼내는 수술을 한번 더 해야 한다고 알고 있다.
그래서 눈이 그 상태가 되기 전에 수술을 하는 게 오히려 덜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어쨌든 당 관리가 최선이지만, 수술을 할 상황이 오더라도 너무 좌절하지 말고 해도 된다는 점을 말해두고 싶다.
수술 후유증으로는 백내장이 조금 빨리 온다는 점이 있지만,
눈앞에 출혈된 핏덩이가 왔다 갔다 하는 걸 24시간을 보고 있노라면 (출혈이 있는 분들은 알겠지만, 눈을 감아도 보인다)
너무 우울해져 차라리 수술해버리고 난 지금이 훨씬 행복하다.
필자도 출혈 후 몇 달을 더 지켜봤지만 상태가 호전되지 않아 의사 선생님에게도 눈 컨디션이 좋을 때 수술하고 싶다고 말해버렸다.
그 점은 후회하지 않는다.
먼저 겪어본 자로서 불안으로 매일을 보내고 있을 누군가를 위해 기록으로 남겨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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